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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말하는 그의 삶과 패션_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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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터뷰 내용은 2018년 9월 11일에 있었던 독일 패션 잡지 032c와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인터뷰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GQ magazine, 2016

 

어머니는 아직 살아 계시나요?

 

아뇨. 생전에 어머니는 영화 제작사 어시스턴트로 일하셨어요. 그녀는 도시의 삶을 동경했고 로렌 바콜, 베티 데이비스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영화를 사랑했죠. 어머니의 눈은 60년대 풍요로웠던 로마를 얘기할 때 빛나곤 했어요. 어머니는 1세대 페미니스트였어요. 30살에 결혼을 했는데, 이게 당시 시대상으로 보자면 꽤나 급진적인 사고방식이었죠.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죠?


아버지를 닮아 시간 개념이 무딘 탓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10여년 전인 것 같아요.

부모님은 더이상 이세상에 없지만 그분들은 언제나 저와 함께에요. 아버지 어머니는 당신들의 특성을 반씩 저에게 물려주었죠. 자연친화적인 성질은 아버지를, 매력적인 외모는 어머니를 닮은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죠.

 

어린시절 당신은 어떤 아이였나요?

 

저는 자존심과 허영으로 가득찬 소년이었어요. 주변의 모든것에 반항하고 불만을 쏟아냈죠.

12살때 욕실에서 탈색약으로 염색해서 금발머리를 하고 동네의 불량아들과 어울렸죠. 그리고 손대지 말아야 할 것까지 손대기 시작했어요.(약물)

다행히도 그시절 약물은 정말 흔해빠진 것이었고, 저는 거기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저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을 거에요. 저는 학교에서도 사고를 많이 쳐 어머니가 자주 불려갔죠. 그 당시 저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부모님은 이런 저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도와주셨죠. 

어떤 이들은 제가 마치 자신의 세상에 갇힌 너저분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주변을 항상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요.

만일 제가 무절제하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졌더라면 지난해 구찌의 기록적인 40% 매출 신장은 환상에 불과했겠죠.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요?

 

어머니는 그녀만큼 패션을 사랑하는 쌍둥이 여형제가 있었는데, 저는 종종 그들의 옷차림을 평가하고는 했어요.

그러면서 제 안의 여성성이 점차 깨어나기 시작했죠. 

어느 날 어머니는 세련된 모피 코트를 입고 영화 시사회장으로 떠났는데, 그렇게 멋질수가 없더군요. 

 

디자인을 공부한 후 구찌에서 12년 동안 핸드백 디자인을 했는데요. 매너리즘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제가 구찌에서 느끼는 감정은 알리탈리아(이탈리아 항공사)에서 일했던 아버지가 회사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요. 저는 제품에 저만의 색을 입히고 영혼을 불어넣느니 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냥 제가 맡은 일에 충실했어요. 2014년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던 즈음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가 전화해서 업무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아파트에서 4시간동안 미팅을 가졌어요. 그 때 비자리가 저에게서 특별한 무엇인가를 느꼈던 것 같아요. 곧 연락한다는 애매모호한 말만 남기고 떠났고, 20일 후 저에게 1주일 안에 구찌의 새 컬렉션을 준비해달라는 부탁을 했죠. 그 제안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었지만, 제 안의 열정이 더 컸기에 그 제안을 수락했어요. 곧 떠날 사람인데 한번 제대로 저질러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Gucci Autumn/Winter 2015 Show

 

당신 아파트는 경매와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독특한 물건으로 가득하네요. 지금 이 인테리어가 2015년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을 때의 인테리어인가요?

 

네, 맞아요. 마르코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을 때 이게 집인지 박물관인지 놀라워했죠. 저는 이 집 자체가 예술 작품처럼 보였으면 해요.

 

집안에 별의별 것들이 많네요.

박제된 카나리아와 공작, 방부처리된 거북이, 머리만 남은 자기 인형들, 성모자상, 해골, 황금 왕관, 박제된 사자, 얼룩덜룩 그래피티 된 장난감 기차...이게 다 어떤 것이죠?

 

그것들은 제가 최근에 구매한 물건들이에요. 제가 구매한 물건들은 몇 주 동안 잠시 집에 두었다가 창고에 보관해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파트너랑 함께 살고 있으니 배려해야죠. 물건을 하루라도 구매하지 않는 날이 없고 대부분의 경우 큰 물건이다 보니 집에는 파트너와 제가 사용할 공간이 거의 없어요.

 

남자친구가 아파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 불평했는데요.

 

사실이에요. 하지만 배니(남자친구)는 내가 바뀔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죠. 저는 조개, 돌, 장식된 압화를 모았었는데 25살이 된 이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무엇인가 수집하는 것은 치료제가 없는 중증 질환같아요. 낡은 골동품을 발견할때면 그 물건이 마치 "날 데리고 가서 새 생명을 불어 넣어줘."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오래된 모든 것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고, 그 순간 제가 유일한 구원자라는 느낌을 받죠.

이따금씩 구매한 물건이 너무 낡아 집에 도착하기 전에 파손되는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저는 그 슬픔을 참을 수 없어요.

 

이 집에서 어떤 물건이 가장 목소리가 크나요?(특별한 이야기가 있나요?)

 

제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여덟개의 추도반지(죽은 사람을 추억하는 반지)요. (반지에 새겨진 얼굴을 가리키며)이 반지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어요. (또다른 반지를 가리키며)그리고 이 반지들에 새겨진 것들은 마치 저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 같은 모양이에요. 이 반지를 볼때면 아이가 떠날 때 아이 어머니가 얼마나 슬펐을까 가슴이 아파요. 이 아이들의 영혼이 반지에 깃들어 있다고 저는 믿어요.

 

죽기 전 당신의 수집품들 중 하나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하겠어요?

 

magic mushroom(환각 버섯을 말하는 것인지, 특정 물건을 지칭하는 것인지 모르겠음)이요. 슬픔에 빠져 울고싶을 때마다 이것을 불태우면 버섯이 대신 울어줄 거에요.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아져요. 배니가 한 무당에게서 구매해 저에게 선물로 준 것인데 이런 사소한 행동이 제가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한때 매일 눈물로 지새웠던 적이 있었는데, 배니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죠. 가끔 그가 아버지의 환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는 제가 아플 때 약을 주는 대신 버섯이나 약초로 저를 치료했었죠.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배니가 저에게 버섯을 준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 버섯을 받았나요?

 

그때가 제 생일이었고 친구네 아파트에서 거하게 파티를 했죠. 당시 배니는 열이 있어서 밤새 파티를 즐길 기분이 아니었죠. 그래서 일찍 떠나려 했고 떠나기 전에 저에게 버섯을 주고 효능을 설명해 주었어요. 그리고 파티장을 떠났죠. 저는 버섯을 부엌 창턱에 놔 두었는데, 30분쯤 후 확인해보니 버섯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아마 누군가 버섯을 보고 쓰레기겠거니 하고 버린 것 같아요. 파티가 끝난 후, 거실에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모두 쏟아낸 다음 버섯을 찾기 시작했고, 3시간 후 마침내 찾을 수 있었죠.

GQ magazine, October, 2019

 

당신의 긴 헤어스타일은 흡사 예수 그리스도(Christ)를 연상시키는데요. 긴 머리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주 어릴 적부터 장발을 고수했어요. 이발이라고는 집에서 어머니가 앞머리 끝을 다듬어 주는게 전부였죠. 

12살에서 27살까지 금발머리를 유지했는데, 서너달에 한번씩 새로운 색으로 염색했어요. 그리고 30대 초반부터 원래 머리색인 검정색을 유지하고 있어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을 때 너무 바빠 미용실에 갈 시간이 없었고, 머리는 계속 길었죠. 그래서 자연히 장발이 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거에요. 저는 긴 머리만 고집하지 않아요. 1년 반 전에 머리를 짧게 자른 적도 있었죠. 즉 제 머리가 지금처럼 계속 흑발에 장발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죠.

저는 머리카락 자체가 큰 영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옛 지중해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힘과 아름다움, 건강 그리고 육체적 강건함을 상징한다고 믿었죠.

 

윗몸일으키기 몇 개 정도 할 수 있나요?

 

20개도 못해요. 아버지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해서 저에게 농구를 권했지만, 운동은 영 젬병이에요.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을 하지만, 너무 바빠 운동을 거르기 일쑤에요. 요가나 명상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역시 저와는 맞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제 내면의 호흡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만약 당신이 죽은 후 신을 영접하게 된다면 어떤 옷을 입을건가요?

 

편하고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화려한 옷이요. 왜냐하면 신과의 만남은 불편하고 지루하리라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맨발에다 웨이브진 머리스타일을 할 거에요. 옷은 제가 소장한 70년대풍의 수트가 좋겠네요. 특히 벨 보텀(무릎 부분에서 밑을 향해 플레어가 들어간 바지)스타일 바지는 입었을 때 느낌이 끝내줘요. 그리고 르네상스풍 취향을 반영해서 수트 위에 "70년대 패션의 신이 역대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를 만나다"로 자수를 놓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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