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n Rockwell: Boy Scout)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젊은시절 재즈바를 경영했던 이야기를 잠시 늘어놓는다.
"열 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아홉명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한 사람' 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 같은 것을 가치로 내걸고, 그것을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게를 경영하면서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었다."
하루키의 말은 나의 취미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든 직업이든 하나만 선택하고 그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나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넓고 얇은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고 수많은 관심사 중 매니아 수준의 지식이나 실력을 가진 분야는 없다. 한때는 이런 특징이 뿌듯했다. 어쨌든 그런대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고 해당 분야에 전무한 사람들에게 지식을 뽐낼 수 있었으니까. 아직 영글지 못했던 당시의 나를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넓고 얇은 지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되었다."
넓고 얇게 이것저것 맛보았으니 제대로 꽂히는 하나에 몰두해야 하는데 여전히 넓게 살아간다.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나는 다 좋아' 상태에 놓였다.
해결책은? 그냥 하나 붙잡고 하는거다.
누군가는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의 적성이란 자신이 100% 해당 분야를 너무 좋아하고 이것이 아니면 죽을 것 같은 그런게 아니라 30%만 좋아해도 '정말 좋아하는'기준에 들어간다. 그러니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라고.
"운명처럼 다가오는 직업이란 운명같은 사랑을 기다리는 것과
동일한 확률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냥 하자.
왠지 지는 기분이 들어 동의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나는 1%가 아니라는 사실을.
하지만 아주 재능이 없지는 않은,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발견한 요즘 나는 행복하다.
나의 수명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100세시대라 불리는 요즘 우리는 결코 하나의 직업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다가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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