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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미루지 않고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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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ockphoto.com

현재 지내는 곳에 식탁이 따로 없어 식사를 할 때 컴퓨터가 놓인 책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평균적인 식사 시간은 15분 정도이지만, 그릇을 들고 설거지하러 개수대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 끝나고도 한참 이후다. 그때가 되면 빈 그릇의 안의 음식물(밥이 눌어붙은 흔적이나 반찬 양념의 흔적)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서 깨끗이 설거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달라지기로 했다. 밥을 다 먹고 바로 그릇을 씻는 버릇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 고 식사와 함께 유튜브에 접속한다. 어떤 동영상을 볼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마치 모두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프레젠테이션의 발표자와 같다고 생각했다. 질 수 없다. 어쨌든 식사가 끝나면 고민 없이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설거지하러 가면 된다. 왜 유튜브의 볼만한 영상들은 내 식사 시간보다 훨씬 길까 짜증이 났다. 식사 시간에 딱 맞는, 대략 15분 언저리의 영상을 찾아보았지만, 그거 찾다가 식사가 다 식겠다 싶어 일단 볼만한, 내 식사 시간보다 긴 영상을 시청했다.

 

결과는 나의 승리다. 너무 간단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달리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냥 식사 시간이 끝나자마자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곧바로 설거지를 했다. 혹시 이번에 시청했던 유튜브 동영상이 식사가 끝났으니 설거지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매 끼니마다 계속되는 승리 행진에 그런 의문을 곧바로 사그라들었다. 나는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바꾸기로 마음먹었고,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행동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빠른 시일 내에 행동에 옮겨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좋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매 순간 다양한 사건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내가 했던 최초의 생각은 다른 사건들에 켜켜이 쌓인 채 존재감을 잃는다. 마치 이 책 괜찮은데 읽어야지 하고 가지고 있다가 다른 책들 밑에 쌓이고 쌓여 그 책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할 거면 빨리 하고, 하지 않을 거면 딱딱하게 굳어버리기 전에 설거지해서 깨끗한 상태로 있어야 내 마음이 편하다. 

 

내 마음은 쾌쾌한 오래된 짐들로 가득하다. 그 짐들을 싹 다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내 마음속에 들이고 싶다는 욕망이 요즘 강하다. 그 생각이 밥 다 먹고 설거지 하는 행위와 연결되었다. 새 음식은 깨끗한 그릇에 담고, 다 먹었으면 설거지하기 쉬울 때 빨리 씻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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