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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죽기 전에 보면 좋은 영화

레인 오버 미(2007)_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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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뉴욕의 치과의사 앨런은 우연히 자신의 대학 동창 찰리를 도로에서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그를 찾아다닌 앨런은 찰리의 와이프와 세 딸이 9.11 테러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암흑 속에 살아가는 찰리를 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준다.

 

(www.imdb.com)

감독: 마이크 바인더

주연: 아담 샌들러 / 돈 치들

 

그러고보니 나에게 아담 샌들러는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모자라지만 순박한 영화 속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다. 그런 그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발버둥 치는 찰리 파인먼을 연기하며 웃음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영화 속 캐릭터에 유려하게 녹아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담 샌들러라는 배우는 '박장대소' 뿐만이 아니라 '따뜻한 미소' 또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www.imdb.com)

"너도 힘들구나?"

 

주연보다 조연이 처한 상황에 더욱 공감하고 몰입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찰리보다 그의 친구 앨런이 처한 상황에 더욱 공감했다. 치과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뉴욕의 좋은 아파트에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성공과 행복의 전형'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앨런이지만 그를 둘러싼 모든 관계에서 알 수 없는 불만과 답답함을 가진 채 살아간다. 끔찍한 테러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찰리의 고통 또한 가슴 아프지만 감히 쉽게 공감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자연재해나 사고를 겪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케이스'로 분류되어 그들이 겪는 고통을 공론화하여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앨런의 고통의 크기 또한 찰리의 고통의 크기와 비슷하거나 같을까?"

 

(www.imdb.com)

"주사 맞기 전에 힘을 빼야하는 이유"

 

아픈 상처가 남긴 고통을 마음 속으로 부정하고, 눈 감고 소리를 지른다 해도 눈을 뜨면 다시 고통스러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고통의 깊이에 따라 그것을 마주함에 따른 쓰라림과 치유되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정답은 항상 같다. 어쨌든 벌어진 상처 부위를 잘 보고, 잘 꿰매야 한다. 언뜻 정답이 있으니 해결은 쉽고 빠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주관적인 고통의 깊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찰리는 항상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며 모두들 너를 걱정하고 있으며, 하루빨리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세상의 외침이 들릴 때마다 헤드폰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한 소녀를 구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 게임을 하고, 아내가 살아있을 적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던 부엌 리모델링 작업에 몰두한다. 찰리는 그만의 방법으로 고통을 덮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은 고통을 잊기 위한 진통제 역할을 할 뿐이다. 고통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음악도, 게임도 아닌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감하되 절대, 절대 자신의 시선으로 타인의 고통을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주사 맞는 부위에 힘을 주면 더 아프고 바늘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힘을 빼야 고통도 덜하고 바늘도 잘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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