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이든 몰아서 하는 타입이다. 먹고 싶은 것도 주중에 참았다가 주말에 폭식을 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주말에 몰아서 보고, 사람도 몰아서 만난다. 돈도 몰아서 벌고... 싶지만 너무 큰 욕심이겠지?
1001편의 영화를 모두 보겠다는, 어쩌면 평생을 가지고 갈지도 모를 포부를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기에, 종종 그들이 "아직도 그것 해?"라고 물었을 때 무언가 할 말이 있어야 한다. 어쨌든 영화를 봐야 한다.
영화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목표 지향적인 욕망과 영화사를 하나씩 짚어가며 시대적 배경을 함께 공부하며 작품으로써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이 매번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한다. 그리고 오늘은 후자의 승리.
감독: 로버트 플래허티
출연: 이누이트 나누크와 그의 가족들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플래허티 감독이 이누이트 나누크의 삶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해서 끝이난다.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누크의 생존기'에 할애한다. 자신과 가족이 먹고살려면 일단 사냥을 해야 하고,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이동 수단인 카누의 유지/보수를 위해 바다표범을 사냥하기도 한다. 그리고 썰매를 끌고 다니는 허스키들도 얼어 죽지 않게 챙겨야 하고, 해가 떨어지면 부지런히 이글루를 지어서 북극의 추위를 피해야 한다. 무엇하나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없다. 하루 종일 부지런히 사냥하고, 만들고, 또 사냥하고 만든다.
언뜻 보면 꽤 처량해 보이는 삶이지만, 나는 오롯이 자신의 목표와 욕망에 충실한 나누크의 삶이 참 심플하다고 생각했다. 심플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그래서 잡스런 것들이 스며들 여지가 없다. 그래서 하루 한 순간 순간들을 보내는 나누크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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