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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_폭풍 속의 고아들_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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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나에게 영화는 연구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지적 허영과 시각적 쾌감을 얻는 좋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우리 생활과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거대하고, 심오하다.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다. 감독의 시선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나오는 영화를 모두 보고, 하나씩 곱씹는다면?

매번 상상만 했다. 1001이라는 숫자는 꽤나 비현실적이니까. 해볼까 하다가도, "어느 세월에 다 보지?"라는 의문이 마음에 턱 하니 무겁게 걸린다.

 

"어느 세월엔가 다 보겠지" 고민에 대한 대답은 역시 명쾌했다.

그래서 시작한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 보기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kinolorber.com)

감독: D.W.Griffith

원작: Les Deux Orphelines by Adolphe d'Ennery/Eugene Cormon

주연: Lillian Gish, Dorothy Gish

 


어떤 날은 1시간, 어떤 날은 20분... 약 3시간 정도인 영화를 다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 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감 있게 보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지만, 여러모로 몰입이 힘든 영화였다. 현란한 그래픽과 세련된 플롯의 요즘 영화와 자꾸 비교하며 시청하게 되어 그런 것 같다. 어쨌듯 영화산업 초창기 시절의 영화이니 요즘 영화와 비교하여 재미 면에서는 밀리는 게 당연한 사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나름의 의미가 있는 영화이니 충분히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할 가치는 있다.

 

영화는 프랑스 혁명 시기를 다루며 그 속에서 폭풍 같은 역사의 한가운데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두 자매(릴리안 기쉬, 도로시 기쉬)의 모습을 비춘다. 영화의 고증이 얼마나 철저한 지는 모르겠으나 역사와 의복에 관심이 있다면 혁명 당시(17 ~ 18세기) 프랑스 사회 분위기, 귀족과 평민들의 옷차림을 찬찬히 뜯어보는 잔재미가 있다. 

 

무성영화이다 보니 장면과 대사가 따로 분리되어 전달된다. 즉 배우가 놀라는 표정을 짓고 뒤이어 장면이 전환되며 '이런 일 때문에 그녀는 놀랐다.'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과 소리가 결합된 유성영화와 비교하여 좀 더 거리감 있게 영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기보다는 교과서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과장된 몸짓과 표정들... 하지만 거슬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달콤했다. 영화의 배경지식을 공부하고 본다면 그 재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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