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재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계약 사항에 없는 부분임에도, 사전 미팅 시 클라이언트에게 관련 부분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단계에 와서 왜 해당 부분이 없냐면서 빨리 해달라고 한다. 미팅 시 알려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고 어떻게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한다. 그래서 지금 이러이러한 상황이니 준비 되는대로 해주겠다고 전달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아니,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냐? 빨리 해줘 그냥".
해당 일에 대한 세부적인 디테일을 이 글에서 말 할 수는 없지만, '얼마간의 시간을 들여 개발해야 하는 일' 정도로 표현하겠다.
해당 업체 영업 담당자가 본인에게 연락해서 클라이언트가 빨리 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어떻게 해주고 싶어도 개발된 것이 없어서 물리적으로 얼마간의 개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전달했다. 영업 담당자가 이 말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는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아니,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냐? 빨리 해줘 그냥".
서로가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 며칠간 지속되자 클라이언트 측에서 갑자기 내일 미팅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너네가 요청한 것 개발할 시간도 빠듯하고, 직접 보고 말한들 빨리 되는 것이 아니다."로 내부적으로 결정이 되었고, 영업 담당자만 미팅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리고 영업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나는 열심히 개발에 몰두한다.
이번 사건은 나에게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고, 그 고민들에 대한 답변은 회사 및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고민 | 답변 |
왜 우리 회사는 고객이 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해줄 수밖에 없을까? | 원인은 회사의 기술력 부족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좋은 게 좋은 것이고, 기브 앤 테이크 형태로 이번에 우리가 받아주면 다음 협상 시 우위를 점한다 뭐 이런 의중도 있겠지. 하지만 근본적으로 회사의 기술력 수준이 낮다는 단점을 영업적으로만 극복하려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술력이 낮으니 신규 고객 유치 및 가격 협상에 어려움이 있고, 그래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들어주는 것이 회사의 생존 전략으로 채택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왜 이런 생각을 하냐고? 클라이언트 미팅 시 회사 서비스 소개하기 민망하다는 말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
이 조직은 계속 몸담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조직인가?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데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기 귀찮고,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계속 이곳에 있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연차만 채운다고 더 좋은 곳에서 데려가 주지 않는다. 이곳이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떠나지 않는 것은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준이 이곳이 딱이기 때문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
내가 상품이라면 백화점에 진열될지, 아니면 구멍가게에 진열될지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백화점 자리 좋은 곳에 진열되려면 상품 개발 열심히 해야한다.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욕구는 있는데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
다소 푸념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한 발자국 나아가기 위해 자세를 가다듬는 과정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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