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스틸(1990)_아랫배에 힘주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보게 되는 영화

90년대 비디오 가게 감성의 영화 포스터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각본: 캐서린 비글로우 / 에릭 레드

주연: 제이미 리 커티스 / 론 실버 / 클랜시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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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투박함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오일장의 막국수와 프렌치 레스토랑의 파인 다이닝을 동시에 즐기는 기분이다. 이 영화 <블루 스틸>의 주인공 메건이 그렇다. 짧은 숏컷에 탄탄하고 훤칠한 체격. 하지만 동시에 여성스러운 면모 또한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 리뷰에서 그녀를 두고 "중성적인(Androgynous)이다." 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인함과 섬세함 모두를 갖춘 매력적인 주인공 메건을 연기한 제이미 리 커티스

영화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경찰 학교를 갓 졸업한 메건은 첫 근무 날 슈퍼마켓 강도를 발견, 대치 끝에 그를 사살한다. 표창감이겠거니 했지만, 문제는 강도의 44 구경 매그넘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 이 때문에 메건은 과잉대응의 이유로 자격 정지를 당한다. 44 구경 매그넘의 행방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증권 브로커 유진이 몰래 숨겨 현장을 빠져나왔다. 

몰래 가져온 총을 사용하며 살인에 눈을 뜬 유진. 44구경 살인마라는 별칭으로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살인은 점점 대담해지고, 메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그녀의 환심을 사는 동시에 그녀를 통해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유진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상한 낌새에 메건은 유진이 44 구경 살인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그의 범행을 입증하려 하지만 교묘히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그녀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다.

 

긴 듯 복잡한 듯 하지만, 단순하다. 왜냐하면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남는 것은 굵직하고 섹시한 액션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의도였는지 아니만 과욕이 부른 실수였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최소한의 드라마와 최대한의 액션에 집중한다. 어떤 구체적 이유로 유진이 점차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어 가는지, 어떤 구체적 이유로 메건은 그녀의 아버지와 서로 으르렁 거리는지, 그리고 (단순히 짐작컨데)아버지에 대한 유년시절의 어두운 기억이 그녀가 경찰이 되고, 남성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쌓은 것인지... 영화 중간중간 다양한 의문이 떠올랐다. 물론 아예 말이 안 되는 내용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연성을 따지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개운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충분히.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많다. 개인적 이유로는 '90년대 영화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당시 사람들의 옷차림, 생각, 시대적 느낌을 영화로 간접체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와 현대 한가운데에 놓인, 뭔가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시대가 90년대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 또한 그렇다. 설득력 낮은 이유다. 정 모르겠으면 그냥 보자. 감독이 캐서린 비글로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