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정리

디지털 소외. 나는 아닌 줄 알았는데..

반응형

(이미지 출처: youthincmag.com)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집. 아버지와 술잔을 마주하며 최근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나누던 중 다소 충격적이 얘기를 들었다.

원래 입던 바지가 낡아 새 바지 하나 구매하고 싶은데 일인 계산대 이용 방법을 몰라 몇주 간 구매하지 못하고 계시다는 것.

"의류 매장이라면 당연히 캐셔가 있을 텐데요...?"라는 원론적 대답이 목젖까지 올라왔으나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닫고 서둘러 말을 삼켰다.

 

오랜만에 동전 노래방에 방문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3곡 정도 부르려고 지폐를 꺼내들고 투입구를 찾아 보았지만, 스크린만 있을 뿐 투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맡은편 키오스크를 가리키며 "스크린으로 먼저 방이랑 시간 선택해서 결제하시고 이용하시면 되요!"란다. 이젠 동전노래방까지?!

새로운 인터페이스라 5분간 버벅거리며 기계에게 노래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 현상은 나이든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다. 아직까진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디지털 정보화 수치를 나타낸 통계를 살펴보면 2040세대의 디지털 정보화 수치는 앞선 세대와 비교하여 과한 수준이니까. 하지만 지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할 미래 사회에서 디지털 소외 현상은 세대를 관통하며 나타날 확률이 높다.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은 요즘 세상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매 순간 우리 삶에 적용되고 있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런데 편한 크기에 비례한 단점 또한 우리 삶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래서 어느 책에서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기술/정보/서비스를 고르는 '큐레이션(Curation)'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그것이 정답이 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이다.

 

오늘도 TV속 광고에서는 세대를 넘나들며 앞선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단란한 가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저런 가족,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

 


디지털 소외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영상.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만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