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죽기 전에 보면 좋은 영화

논픽션_2018

반응형

 

(이미지 출처: Indie Film Critic)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주연: 기욤 까네, 줄리엣 비노쉬, 뱅상 맥켄, 크리스타 테레, 노라 함자오위


'출판산업의 디지털화'라는 굵은 바게트 빵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의 불륜, 창작의 경계, 정치적 이미지의 허구성 등의 다양한 주제가 부스러기가 되어 108분 동안 관객에게 주워 먹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팝콘과 콜라 대신 수첩과 볼펜을 지참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생각은...?"이라는 물음이 입가에 멤돌았다. 영화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내 생각은 이래,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쟁점은 이것이 아닐까?... 흡사 토론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토론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테이블의 한 자리는 관객을 위해 항상 비어 있다. 열띤 토론을 벌이는 그들이 문득 나를 바라보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볼 것만 같다.

 

드라마틱한 서사도, 멋진 연출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 재미있다. 싸움 구경은 항상 재미있어서 그런가? 그들의 말싸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반에 언급했듯 주제가 되는 굵은 바게트빵을 관통하며 떨어지는 잔잔한 부스러기(인물들의 애정관계,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력)가 진지한 주제를 사뭇 말랑하게 만들어 충분히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딱딱한 쿠키 속의 딸기잼을 맛보는 기분이랄까?

 

실제 프랑스인들의 일상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부러웠다.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공유하고 한껏 사유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소리 내어 말하는 것보다 입 속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시간이 많은 나의 하루하루를 그들의 하루하루와 겹쳐 비교하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의 삶의 방식과 생각의 방향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명치 아래가 간질거린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감사하다.

반응형